암호화폐는 트럼프 2기 국가전략 일환…글로벌 결제서비스 새 지평 열린다

암호화폐는 트럼프 2기 국가전략 일환…글로벌 결제서비스 새 지평 열린다

월간중앙 2025.01.02 게재

비트코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다. 바이든 정부는 비트코인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미국 금융 기업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투자하거나 노출되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위험한 선택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트럼프는 당선 직후 정부 주요 요직에 친암호화폐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지명했다. 이같은 트럼프의 초기 행보는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줬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기도 전에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결론을 말한다면, 비트코인에 대한 미국의 행보는 트럼프 팀이 ‘어쩌다’ 일으킨 ‘해프닝’이 아니라 기존 국제무역 결제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정학을 고려해 택한 국가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도 비트코인에 굴복했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전통 자산을 포함, 전 세계 자산 중 시가총액 6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비트코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10만 달러 돌파가 아니라, 1달러를 돌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1달러를 돌파했을 당시, 지구상의 대다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왜 1달러 돌파가 중요한가? 단순한 코드 조각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비트코인의 가치를 믿었던 소수의 사람들은 이 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안이 될 가능성을 봤고, 나아가 탈중앙화 금융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당시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 자산이었다.

왜 그런가? 비트코인 이전에는 사람들은 ‘전송수단’과 ‘전송물’을 명확히 구분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신용카드는 결제수단이지만 실제로는 원화나 달러를 전송한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다르다. 비트코인은 전송수단이자 동시에 전송물이다. 전기의 속도로 지구 반대편까지 보낼 수 있는 전송수단인데, 무엇을 보내느냐 하면 바로 비트코인 그 자체를 보낸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 부조리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사기라고 단정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걸 보내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상식적인 질문으로 접근한 결과 결국 큰 기회를 놓쳤다. 0에 1억을 곱하면 여전히 0이지만, 1에 1억을 곱하면 1억이다.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이 1달러를 넘어서면서 비트코인은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힘은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강대국들조차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었고, 결국 차례로 비트코인에 굴복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해내지 못하던 일이다. 비트코인은 금융 기업이나 국가의 협조는 물론, 그들의 방해를 받더라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는 전자적 가치물이다. 무게가 나가지 않으니 어디로든 보낼 수 있고, 썩지도 않으니 유효기간도 없다. 비트코인은 기존 세계의 질서를 뒤흔들 힘을 가지고 있다.

앞서 세계경제포럼은 비트코인을 기존 금융 시스템과 비교하며, ‘변제의 최종성(결제의 최종성)’을 지닌 새로운 지불 수단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최종성이 기존 금융망보다 더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변제의 최종성’은 자금 이체가 최종적이라서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기존 금융망에서는 자금이 여러 금융기관을 거쳐 최종 수령자에게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참여한 금융기관 중 하나가 도산하거나 송금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금융망 전체는 이를 책임지고 변제를 이행한다. 금융 시스템의 신뢰 유지를 위한 일로서 강제적인 법적 의무에 의해 이뤄진다.

비트코인만의 독특한 점이다. 법적 강제 조치 없이도 스스로 ‘변제의 최종성’을 구현한다. 비트코인의 네트워크에서 한 번 거래가 승인되면, 그 거래는 되돌릴 수 없다. 기존 금융망처럼 은행들이 연대 책임을 지거나 송금 중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특징은 비트코인을 기존 금융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절대성, 최종성을 띠는 지불수단으로 자리매김시킨다. 

초기엔 국제 범죄 활용될 우려에 규제 추진 

그러나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변제의 최종성’을 가진다는 건 간단히 말해 현금다발을 주는 행위와 같다. 현금은 한번 건네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받는 사람이 손에 쥐는 순간, 돈은 이미 전해진 것이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한계도 분명하다. 만약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다가 도중에 잃어버린다면, 예를 들어 실수로 잘못된 계좌로 보냈다면, 어떻게 될까? 현금다발처럼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수표나 어음, 신용카드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

즉, 비트코인은 소비자 보호 기능이 없다. 비트코인은 중개인이 없는 현금 전송과 같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수로 잘못된 주소로 비트코인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이를 취소하거나 되돌릴 방법이 없다. 상대방이 비트코인을 받으면 거래는 그대로 끝난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이러한 특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허위로 신용카드 분실 신고를 하고서 사용하는 부정 사례는 매년 보고되고 있다. 카드 정보를 도난당하거나, 분실된 카드가 악용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소비자 보호 기능을 유지하거나 이를 악용해서 이익을 취하는 이들 때문에 신용카드는 상당히 비싼 지불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 수수료에는 이런 사기행각과 오류에 대한 피해복구 비용이 포함된 셈이다. 은행을 통한 전송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사용료 이외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반 비용이 필요 없다. 큰 금액을 지불할 경우 비트코인은 여타의 지불수단과 달리 수수료가 미미하며 향후 기술적으로 보완하면 제로 수준까지 수수료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이 가진 ‘변제의 최종성’과 국경을 초월하는 특성을 이해하면 쉽게 떠오르는 우려가 있다. 국제적인 범죄에 비트코인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조직은 은행 계좌를 동결당하거나 글로벌 금융망에 접근하지 못해 자금 조달이 제한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 역시 금융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과 이란과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국가들은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돼 외환 거래가 차단되거나 제한된 상황에 놓여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금융망에 접근하지 못하는 개인, 조직, 국가에 비트코인의 ‘변제의 최종성’은 새로운 숨통이 돼 준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변제는 중개기관이나 제3자의 승인 없이도 가능하며,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뤄진다. 

실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비트코인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금융 시스템을 국제 제재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특히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금융망에서 특정 국가나 조직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해왔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 같은 기존의 제재 메커니즘을 우회할 수 있는 도구로 부상했다. 바이든 정부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배경에도 이러한 우려가 깔려 있다. 범죄 조직과 제재 대상 국가들이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은 암호화폐를 미국의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게 만들었다. 바이든 정부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를 추진한 이유다.

금융질서 흔들며 막을 수 없는 힘으로 자리 잡아 

비트코인이 가진 ‘변제의 최종성’은 또한 각국의 통화관리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통화관리는 경제 주권의 핵심으로, 한 국가가 자국 화폐를 통해 경제를 조율하고 안정시키는 주요 수단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확산은 이러한 정책을 방해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경계가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자국 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선호하면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가가 통화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국민들이 대부분 자국 화폐로 자산을 저장하고 거래를 해야 하는데, 국민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자산을 선호하게 되면, 자국 화폐의 신뢰도와 유용성이 크게 저하될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비트코인은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소비자 보호, 범죄 악용, 통화주권 훼손이라는 이 세 가지 주요 문제의 근원이 바로 ‘변제의 최종성’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논란은 비트코인이 1달러를 넘기면서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비트코인이 하나의 ‘게임’이라면, 이 게임의 결론은 이미 13년 전, 비트코인이 1달러를 넘었던 그 순간에 정해진 셈이다. 

비트코인이 기존의 화폐 금융 시스템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만약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완전히 없앨 수 있었다면, 특히 미국 같은 주요 국가들은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그들이 비트코인을 제거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비트코인을 없애는 대신, 지연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확산과 그로 인한 변화를 최대한 뒤로 미루기 위한 임시 방편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화폐로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변제의 최종성’이라는 비트코인의 파괴적인 속성은 이런 지연 전략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 설령 가격 변동성이 장애물로 작용해도,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간다는 사실은 막을 수 없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동안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적극적인 수용을 천명한 것은 중요한 신호다. 이는 미국 엘리트 중 일부가 지연 전략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비트코인을 억누르려는 시도는 실효성이 떨어졌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보는 엘리트들이 권력을 잡았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수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비트코인이 이미 막을 수 없는 힘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미국의 기존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은 미국에 있어서는 나쁜 선택들 중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달러의 위기는 비트코인과 상관없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2024년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해다. 미국이 국채 이자로 지출하는 돈이 국방 예산을 초과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하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통화를 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양당이 합의하면 국가부채 한도를 늘릴 수 있는 나라다. 이는 미국의 국채 시스템이 국제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미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국가들은 이자를 받지 못하는 단순한 달러 대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미 국채를 매입한다. 독일, 일본, 그리고 과거 중국이 그랬다. 달러가 제3국 간의 무역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것과 미국 항공모함이 세계 바다를 누비며 치안을 유지하는 것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국제무역이 확장되면서 달러 수요가 증가했고, 이는 일종의 세금 시스템으로 작동했다. 즉, 달러를 통해 국제무역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비용이 미국 국채 순환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달러 체제 위협하는 중국 견제할 전략적 수단 

그러나 이 룰을 중국이 깨기 시작했다. 중국은 시진핑이 주석에 오른 2012년 이후 미국 국채를 축적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국채 총량은 정체 상태다. 대신 이 돈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對一路)’와 같은 지정학적인 프로젝트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시스템 위에서 힘을 키워 미국에 대항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국채는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까지도 중요한 자산으로 여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국채 수요의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몇 가지 징후도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장기 국채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장기 이자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보통 기준금리를 내리면 장기 이자율도 낮아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반대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 국채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중국의 반란으로 허약해진 달러 시스템에 트럼피즘이 마지막 일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트럼피즘은 단순히 트럼프라는 개인을 넘어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연결된다. 전통적으로 미국 중서부 제조업 지역은 노조의 영향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2016년 트럼프의 첫 번째 대선에서, 할아버지 세대를 거쳐 민주당을 지지하던 이들이 등을 돌리고 공화당을 선택했다. 트럼프가 부통령으로 낙점한 정치 신인 J. D. 밴스가 바로 전형적인 인물이다. 

중국, 부호들의 비트코인 통한 자본 유출에 골치  

미국의 달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달러를 공급하는 방식에 의해 유지된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다른 나라에 달러를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달러로 다른 나라의 원자재와 공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특수한 종이에 특수한 잉크를 뿌려서 만든 돈으로 글로벌 자원을 거의 공짜로 살 수 있는 미국이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미국 내부를 갉아먹었다. 제조업이 외국으로 이전되면서 중산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결국, 세계화에 불만을 품은 중산층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를 대변하고 정치세력으로 만든 사람이 트럼프였다. 더 이상의 일자리 수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 이를 위해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거나 최소한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트럼피즘의 핵심이다. 

달러 공급이 줄어들면 달러의 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강달러 현상은 오히려 달러의 위기를 감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달러 공급이 멈추고 국채 순환마저 끊긴다면, 달러는 무역결제의 주요 수단으로서의 입지를 잃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상호 무역에서 원화나 엔화를 사용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제3국 간 결제에서 위안화가 사용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위안화의 확장은 달러 체제의 직접적인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이 금이나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선택지다. 위안화 뒤에는 지정학적 라이벌인 중국이 있지만, 비트코인 뒤에는 그런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비트코인은 달러 체제를 위협하려는 중국을 역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기도 하다. 

2024년 초, 는 영국 정부가 6만1000개의 비트코인을 압수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는 중국 여성 지안웬(Jian Wen)이 지난 2021년 5월 영국에서 자금 세탁 혐의로 체포되면서 드러난 사건이다. 그녀는 중국에서 발생한 5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 사기와 관련된 비트코인을 세탁한 혐의를 받았다. 영국 경찰은 이 사건으로 6만10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압수했고, 지안웬은 2024년 5월 24일 자금 세탁 혐의로 징역 6년 8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지안웬은 중국 부호들의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는 데 비트코인을 활용한 대리인 중 한 명에 불과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13만 명의 중국 투자자들로부터 50억 파운드를 편취한 야디장(Yadi Zhang)의 지시에 따라, 각국에서 비트코인을 현금 및 기타 자산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 대리인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건은 2014년부터 중국 부호들이 비트코인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본 유출을 시도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이 강화되면서 매년 2만 명 이상의 고위 공직자가 숙청당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동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중국 부자들은 다른 나라의 부자들보다 훨씬 일찍 비트코인을 발견하고 이를 자산 보호와 유출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자 중국 인민은행장은 비트코인 노출을 경고하며 가격 하락을 유도했다. 2017년, 중국 정부는 모든 비트코인 거래소를 폐쇄하며 상승장을 억제했다. 2021년, 채굴을 전면 금지하며 비트코인 생태계를 중국에서 제거하려 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의 상승장 때마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억눌러 왔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비트코인에 대한 열정과 자본 유출 욕구는 이를 쉽게 막을 수 없었다. 비트코인을 억제했음에도 자본 유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다시 상승장을 맞이한다면 중국 정부는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다.

2025년 비트코인 상승장이 펼쳐질 경우, 중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소유 금지라는 극단적 조치밖에 없다. 그러나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소유 금지를 강력히 추진한다 해도,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특성상 이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을 막을 수 없다면 오히려 이를 활성화해 중국을 외통수로 몰아넣으려 할 것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특성상 특정 국가나 세력이 통제할 수 없으며, 국제 결제 수단으로 부상할 경우 중국 정부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해 방어적·폐쇄적 정책을 더욱 강화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방향을 전환해 미국처럼 개방적인 정책을 취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하지만 자본 통제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의 체제에서는 비트코인을 자유화하는 것이 체제의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 코인과 블록체인 플랫폼에도 주목해야

물론 트럼프의 암호화폐 정책이 순전히 중국을 괴롭히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달러에 대한 수요의 확대를 의미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활성화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미국기업들이 주도권을 잡는 것은 미국이 세계금융에서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의 기회를 제공한다.

스테이블 코인과 기업형 블록체인은 애플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글로벌 결제시스템 전쟁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주제다. 한국 기업들도 이 주제에 대해 안테나를 세우고 트럼프 2기 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감지해야 한다. 잘못하면 한국의 주요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서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노키아와 같이 한순간에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정책변화는 이 정도로 체계적이다.

오태민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 전공 겸임교수, 비트모빅 파운더, 작가, 유튜버, 저서: 트럼프 2.0(2024), 더그레이트 비트코인(2023),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2022),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2020), 비트코인은 강했다(2014)

※ 출처와 원문 링크는 위에 표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