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ETF 출시 이유와 교훈

미국과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ETF 출시 이유와 교훈

법률신문 2024.05.12 게재

투기적이고 변동성은 크지만

비트코인 자체를 막을 수 없어

美, ETF 승인해 부작용 최소화

막연한 거부감은 도움안돼

 

비트코인의 진격이 거세다. 지난달 15일에는 홍콩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역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승인했다. 영국 금융감독청도 올 2분기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기반 ETN(상장지수증권)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총선이 끝나면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허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선거에서 이긴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관련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허용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 직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달러의 지위에 도전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한국 지식사회의 주류적 사고였다. 그간 정부의 기본 입장도 블록체인은 미래 기술로서 육성해야 하지만 코인은 투기적 성격이 강해서 금지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런 기류에 익숙한 이들로서는 계절이 갑자기 변하듯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조금 마음이 놓이는 점도 있다.

SEC의 게리 겐슬러 의장은 이런 문구를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선언문 마지막 부분에 분명하게 넣어 두었다. “비트코인은 주로 랜섬웨어, 자금 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 활동에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우리가 현물 비트코인 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는 사실이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가치와 관련된 다양한 리스크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SEC는 ETF를 승인해서 기관들과 법인과 부자들이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삼도록 허용했을까? 바로 이 언급에 힌트가 있다.

사실, 비트코인의 속성에 대한 미국 법무부 고위층들의 학습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2013년 ‘실크로드’라는 다크웹(주로 마약이나 총기류를 판매하는 거래 플랫폼)을 수사하면서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법질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수사 당시 몇몇 수사관들은 범죄자의 비트코인을 은닉했다가 발각되기도 했는데 이들은 비트코인이 기록이 남지 않는 현금과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비트코인 일부를 챙겨도 괜찮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거래기록이 공개되고 영구히 보존되는 비트코인의 속성을 몰랐던 것이다. 한편 미국의 수사당국은 비트코인의 이런 속성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을 필요 없이 의심되는 거래들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깨닫는다. 미국 법무부는 2016년, 홍콩의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피넥스에서 일어난 해킹사건의 주모자(미국인 부부)를 2022년에 체포해 2023년 유죄평결을 받게 했는데 어떤 경로를 거쳐 체포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해커들은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믿었겠지만 미국의 수사당국은 거래 기록을 상시 추적하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학습과 경험을 통해서 미국의 금융당국이나 수사당국의 관심은 비트코인 자체를 금지하는 쪽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택하는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2021년부터 자기관리지갑(Self-hosted wallets)의 취급에 대해 주목해 왔다. 자기관리지갑이란 종이나 USB 같은 기기에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사실은 개인키)를 보관하는 방식이다. 소유자 본인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이런 지갑에 비트코인을 담기 위해서는 거래소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을 빼내야 한다. 관리당국 입장에서 볼 때, 자기관리지갑을 건너가는 몇 번의 거래가 이루어지면 이때부터는 추적이 어려워진다. 추적이 어렵다는 것이 곧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포착된 사람을 찾아서 주의깊게 관찰하다 보면 그로부터 비트코인을 건네받은 사람을 추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용이 엄청나게 들 어간다. 대규모 자금을 세탁한 해커처럼 특정 거래에 대해서는 해볼 만한 일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지갑을 추적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ETF란 결국 비트코인에 대한 간접투자방식이다. 거대한 금융회사가 비트코인을 대신 사서 보관하기로 하고 그 권리증을 주식처럼 사고팔게 할 수 있는 상품이다. ETF와 같은 간접 투자 방식이 확산될수록 자기관리지갑에 직접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일은 번거롭게 느껴진다. 애초에 ETF가 출시된 이유도 비트코인을 직접 사서 보관하는 일이 번거롭고 컴퓨터 장비를 다루는 일에 익숙해지기 어려운 노년층을 위해서였다.

이로써 우리는 미국 정부의 모순적인 행태를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자금세탁이나 불량국가들의 금융제제 회피수단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ETF 승인을 통해서 비트코인 투자를 인정한다면 비트코인의 활용 범위도 제약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전개가 논리적이려면 하나의 강력한 전제가 필요하다. 이 전제야말로 한국의 지식사회가 그동안 놓쳤던 부분이다. 바로 비트코인 자체를 미국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막을 수 있었다면 미국은 ETF를 승인하는 대신 비트코인을 불법화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지식사회가 미국의 급격한 방향 전환을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이다. 비트코인은 불법적인 일에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정부는 비트코인 자체를 막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비트코인이 괴물로 보이는 이유다. 우리 하기에 따라서는 괴물로 보이는 비트코인을 순치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무시나 무지, 막연한 거부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SEC의 모순된 행보가 웅변하고 있다.

 

오태민 겸임교수(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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